한국도 이젠 골프장이 500개가 넘어 가히 '골프 공화국'이라 할만하다. 회원제 골프장을 비롯 대중제 골프장, 군 체력단련장, 9홀 퍼블릭 코스 등이 전국에 산재해 있어 골퍼들의 천국시대가 왔다. 

필자도 골프장 코스 맵과 야디지북 제작에 종사하다 보니 그동안 수많은 골프장을 다녀 보았지만 대략 300여개 정도로 아직도 못 가본 신설 골프장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어느 골프장은 30년 만에 가보는 경우도 있다. 이럴진대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이 다녀본 골프장 숫자가 평생 100개가 넘는다면 상당히 다리품을 많이 판 진정한 골프 매니아라고 할 수 있다.

통상 골퍼들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골프장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한두 번 가본 명문 골프장보다는 대부분 본인이 라베(라이프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한 곳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만큼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골프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라운드를 하기 때문에 평소 다른 골프장에서보다 좋은 스코어를 올리곤 한다. 말하자면 홈 그라운드다.

지인 한 분은 젊어서부터 오대양 육대주를 다니며 무역을 해 크게 재산을 모은 수천억대 큰 재력가이다. 골프를 워낙 좋아해 자주 출장 다니는 국가 현지 지사마다 한국에서 쓰던 골프클럽과 똑 같은 브랜드 골프채를 한 벌씩 보관하며 해외 출장 중에도 틈틈이 골프를 즐기곤 했다.

한국에서도 골프장들을 다니면서 괜찮다고 생각한 골프장은 즉시 회원권을 사두며 모두 회원대우를 받다 보니 어느덧 골프 회원권이 12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처음과 달리 수억원대 회원권을 가진 소위 명문 골프장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늘 스코어가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몇 천만원 정도 시세를 가지고 있는 변두리 골프장에서는 항상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기분 좋은 라운드가 됐다.  그러다 보니 고급 명문골프장에서 라운드하며 받아온 스코어 스트레스 때문에 비록 특별 회원권이 있더라도 지인들의 요청으로 일년에 한두 번 가는 정도가 됐다.

그 지인은 골프장에서 특별 회원대우 받는 것 보다 스코어로 VIP 대접 받는 골프장을 훨씬 자주 찾게 되며 그 동안 부와 권위로 상징되던 비싼 회원권들을 모두 처분했다. 그는 현재 몇 천만원짜리 비교적 싼 회원권 하나만으로 모 골프장에서 자주 즐기는 골프를 하고 있다.

아마도 그 골프장이 그에게는 가장 궁합이 잘 맞는가 보다.

프로선수들도 성적이 잘 안 나와 슬럼프가 오면 하계 연습라운드 때 스코어가 잘 나오고 마음이 편안한 골프장에서 여러 번 라운드를 하며 자신감을 회복하곤 한다. 까다롭고 어려운 골프장에서 어렵고 피곤하게 극복하려고 하다가 자신감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권합니다. 장타 드라이버를 치는 능력은 있으나 방향성에 일관성이 부족한 골퍼에게는 페어웨이가 넓고 거리가 긴 골프장에서 비교적 마음 편하게 마음껏 휘둘러보며 상대적으로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으며, 비록 거리는 짧으나 정교하게 방향성이 좋은 골퍼에게는 산악 지형의 페어웨이가 좁은 골프장이 더욱 유리하다.
 
또한 어프로치에 자신이 있는 골퍼에게는 두 개의 작은 그린으로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온 그린이 잘 안돼도 동반자들보다 발군의 실력을 발휘 할 수 있으며, 퍼팅 거리감이 좋은 골퍼에게는 대형 원 그린에서 유리하고, 벙커샷에 자신이 없는 골퍼는 가급적 벙커가 많은 골프장은 피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해저드가 많은 골프장에서는 우드 티샷과 레이업 아이언샷 등 모험심을 자제하는, 절제심이 강하고 코스 운영을 잘하는 골퍼가 동반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코어를 건져낼 수 있다.

그럼 자신에게 유리한 골프장을 선택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통상 남들이 부킹해서 차려준 밥상에만 매달려 맛없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차려준 성의에 억지로 보답하다보면 골프장과 궁합이 맞지 않아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본인이 선호하는 타입의 골프장으로 부지런히 부킹을 주도하여 동반자들을 초청하는 형식의 호스트가 되면, 비록 골프장 맴버는 아니지만 맴버 이상 그 골프장에서는 마음껏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글= 최영수 ㈜야디지코리아 회장 / 정리= 이뉴스투데이 엄정권기자]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