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광주전남 박병모 기자]‘공천만 하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야당의 텃밭에 거센 파도가 일렁이고 있다. ‘그곳에 가면 인물 자랑을 하지 말라’는 순천·곡성의 정치지형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사전 투표율이 13.23%로, 15곳 중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 7.98%보다 5% 포인트 이상 높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선거전 마지막 주말과 휴일인 26일과 27일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총출동함에 따라 선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여느 때 같으면 전략공천을 통해 후보자를 내리꽂고, 그저 마지못해 한 바퀴 돌던 중앙당 지도부가 아닌가.

그럼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순천·곡성의 막판 표심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당의 서갑원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상대 후보인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가 혹여 중앙당에서 내려와 지원유세를 할까봐 손사래를 치는 것과는 딴판이다.

이 후보는 새벽 5시 새벽예배를 시작으로 자전거를 끌고, 밀면서 ‘나 홀로 선거운동’을 한다. 그렇다고 여당의 볼모지라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목사골 촌놈이어서 태생적 한계가 있다. 곡성 유권자 수는 2만6800여명에 불과하다.

반면 서 후보의 고향인 순천은 21만5500명이다. 무려 8배의 차이가 난다.

야당의 텃밭이고 당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그것도 유권자 수를 감안하더라도 도·농 대결구도로 치러진 만큼 누가 봐도 서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는 곳이다. 정치 백그라운드 측면에서 우세에 있는 그런 서 후보가 생뚱맞게도 지역감정 들고 나왔다.

서 후보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수사의 모든 책임을 전남 출신이 뒤집어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남에만 책임을 묻는 것을 엄중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유병언 씨의 은신처였던 순천별장 인근에서 발견된 시신을 단순변사체로 처리해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책임을 물어 전남지방경찰청장과 순천경찰서장을 직위해제 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을 포함한 경찰 지휘라인은 한편의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의 부실수사를 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데 서 후보가 두 사람이 전남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를 했다고 이를 빌미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려 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서 후보가 새누리당 이 후보와의 일부 여론조사에서 뒤지게 나오자 표심을 자극해 표를 모아보려는 속셈에서 그랬다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당 지도부와의 지향점과도 배치된다.

새정치연합은 6·4 지방선거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영남권에 가서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자당의 후보를 밀어달라고 외쳤다.

대구시장에 도전한 새정치 김부겸 후보는 자신의 고장이자 야당 볼모지에서 40.33%라는 의미있는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아쉽게 패했다. 범 야권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한 오거돈 후보도 여권의 지지기반에서 49.34%를 얻어 50.65%를 기록한 새누리당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런 새정치연합과 후보자가 이곳 순천·곡성에 와서는 되레 지역감정을 부채질하는 행태를 하고 있는 것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은 정치공학적 행태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더욱이 순천의 유권자수가 많다는 점을 십분활용해 곡성과의 ‘소지역주의’대결을 부추기려는 속셈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지역주의 싸움에 온몸을 바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에 이어 대통령 의전 비서관을 지냈던 서 후보는 ‘노무현의 남자’가 아닌가.

그런 그가 선거상황이 불리해졌다고 자신의 보스인 노 전 대통령이 평소 강조한 ‘농부가 밭을 탓하랴’는 말까지 잊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서 후보가 중앙당의 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서 후보는 선거이슈 싸움에서 새누리당의 이 후보에게 선점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선거가 시작되자 마자 ‘지역구도 타파’와 ‘예산 폭탄’을 선거 키워드로 잡고 줄기차게 이를 밀고 나갔다. 자전거의 양 바퀴에 키워드를 달고 힘차게 페달을 밟은 결과 유권자들에게 먹혀 들어갔다. 이 후보는 1년10개월만 국회의원을 해도 좋으니 자신을 머슴으로 써달라고 애원했다. 그래야 지역감정을 없애는 데 첫 의원으로 남을 수 있고, 지역발전도 10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할 때 ‘그의 남자’로 활용을 잘해야 예산도 가져오고, 지역발전을 위한 기초를 닦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테니 있을 때 써먹어 달라'는 얘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후보의 그런 다짐을 새정치연합은 애써 부정하는 논리로 맞서 유권자들에게 혼선을 빚게 하고 있다.

문제는 제1당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지역발전을 위해 예산을 한 푼이라도 가져오려는 새누리당 이 후보에 맞서 이를 허황된 거짓말로 치부하거나 가로 막으려 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호남을 발전시키고 예산을 가져온다는 데 여야가 따로없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이 방해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순천곡성 유권자들을 ‘바지 저고리’ 쯤으로 알고있다는 방증이다. 지역발전은 내팽개친 채 선거때만 되면 표를 몰아달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안철수는 더 이상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권주자가 결코 될 수 없다는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때가 됐다.

그런 탓에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서 후보는 이 후보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TV토론에서 마지막 멘트로 5%가 부족하니 밀어달라고 애원한 바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인 지난 20일~21일 여수 MBC와 순천KBS가 실시한 후보 지지도 공동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가 38.4%, 서 후보가 33.7%를 얻었다.

반면 당선 가능성은 서 후보가 40,8%로 얻어 26.4%를 얻은 이 후보를 따돌렸다. (미디어 리서치,표본 1000명, RDD방식,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또한 21일 순천투데이와 전남리서치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가 45.8%,서 후보 35.8%로 나타났다.(샘플 15421명,RDD방식,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3%,응답률 6.31%) 당락여부를 떠나 지역주의 구도 타파에 앞장섰던 노무현의 남자인 서 후보가 지역감정의 불씨를 당기고 있는 것은 결코 새정치와 부합되지 않는다.

그런 견지에서 새정치연합이 영남과 호남을 오가며 다른 목소리로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는 것은 바람직한 행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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