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편집국장
1971년 6월 11일 오전 10시 전경련 회장단의 요청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김종필 총리와 김학렬 부총리,남덕우 재무장관을 배석시킨 가운데 김용완 전경련 회장, 심덕균.정주영 부회장을 만났다. 당시 기업들의 사채 피해에 대한 대책을 건의하려는 전경련의 요청에 대통령이 응한 것이다. 기업인들의 얘기에 박 대통령은 사실 확인 후 즉각 대책 마련을 지시한다. 야심한 밤에 임시국무회의까지 열었다. 대통령부터 정부, 기업인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나라경제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던 시절의 한가지 사례다.

이같은 과거 얘기를 새삼 꺼내는 까닭은 지금과 그 때는 시대적 상황, 국가.경제 시스템과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다르지만 당시에는 전경련 회장단, 혹은 대기업 총수가 청와대에 요청하면 대통령이 시간을 내주고, 기업들의 애로사항에 대통령은 귀 기울이고 정부에 상항 파악과 대책 마련을 지시하는 뉴스가 드물지 않았다는, 그런 풍경은 오히려 지금 더 필요한 게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제2기 경제팀 수장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하면서 "저성장, 축소균형, 성과 부재의 3대 함정에서 벗어나 경제부흥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현 나라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경제 부흥’을 쉬운 말로 하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생산.수출,고용 등이 ‘쌩쌩’ 잘 돌아가 수출 및 내수경기 즉 나라경제와 국민들 살림살이가 활력을 찾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장 먼저 경제.산업의 주체인 대기업들, 기업인이 신바람이 나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른바 ‘재벌 2.3세 40대 기업인들’의 역할에 주목한다.

현재 삼성 이재용 부회장, 효성 조현준 사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한진 조원태 실장, 한화 김동관 실장과 두산인프라코어 박진원 전무, 두산건설 박태원 전무, OCI 이우현 부사장, GS홀딩스 허용수 전무 등 40대 기업인들이 우리 경제.산업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장 혈기왕성하고 적극적,도전적인 나이다. 기업가 정신에 충만할 때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에 올랐을 때가 45세였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약관 29세에 그룹을 맡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대우 김우중 회장은 30세에 대우그룹 발판을 만들었다. 시대가 달라졌다지만 글로벌 마인드와 소통 자세를 가진 젊은 경영인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경영활동을 벌인다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한단계 발전하는 시대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집단의 재벌 2.3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중 하나가 이병철, 정주영 등 창업주들은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으나 이를 물려받은 자식들은 도전에 소극적이고 편한 사업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다. 재벌 자식들은 곱게 자라 고생을 모른다는 선입견 등이 작용한 인식과 대기업 집단의 경영시스템에 대한 몰이해 탓도 있다. 또 새로운 시장 창조가 매우 어려운 현실에서 모험,도전을 하기에 척박한 우리 경제구조와 정책,규제 등 기업 환경적 어려움은 물론 뭔가 해보려면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풍토도 2.3세들의 경영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비록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로 돌아갔지만 팬택, 웅진, STX, 삼보컴퓨터 등은 기업가 정신으로 도전한다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줬다. 특히 STX 강덕수 회장의 경우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수많은 M&A 성공 등 도전과 성취의 기업가 정신을 보여줬다. 지금 경영 2.3세, 40대 기업인들에게 그런 정신을 발휘토록 해줘야 한다. 그럴 때 우리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가는 경영성과로 판단해야 한다. ‘판사는 판결로, 기자는 기사로, 운동선수는 기록으로’ 판단한다. 또 한두번의 실수, 실패는 경영수업 과정으로 지켜봐줘야 한다. 손대는 사업마다 100% 성공을 거두는 기업가는 없다. 기업 경영에 관련한 각종 규제는 차치하고 재벌 2,3세 젊은 경영인들이 새로운 시장 진입이나 발전을 시도하다 한두차례 실패하더라도 경영능력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 보다 시간을 갖고 더 노력해 궁극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으로 기를 살려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업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고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는 열쇠가 아닐까?

특히 개인적 치부가 아닌 기업경영수업 차원에서 빚어진 어느 한 부분의 실수, 실패를 마치 회사 전부를 망친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언론이나, 기업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경영상 판단을 정치적 상황에 따라 배임 등 범죄로 몰아가는 검찰 등 법조계와 사정기관의 행태는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경제 활동을 정치논리로 재단하는 상황속에서 기업들이 투자, 개발, 생산, 수출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수없이 현장을 방문해 창조경제를 강조해도,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금리를 내리고 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외쳐도 기업인들의 기가 죽어 투자에 소극적이라면 경기는 결코 살아날 수 없다. 반대로 기업인들이 활력을 찾아 앞장서서 뛸 때 경기는 살아나고 더불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분야의 수많은 갈등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곡간에서 인심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정부나 개인이나 살림살이가 나아져야 다른 부분도 평안해지는 법이다.

지금 이런 저런 사연으로 감옥에 있거나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거나 병세가 위중한 대기업 총수가 한둘이 아니다. 또 총수들 대부분이 연로했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여의치 않은 회장도 많다. 기업인들은 답답하다. 정부는 기업인들의 사기진작은 도외시하면서 적극 투자에 나설 것만을 주문하고 있다. “이래서 경제가 돌아가겠느냐”는 탄식이 재계를 지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야심차게 내놓은 ‘창조경제’는 실체를 알 수 없다.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어둡고 내수는 바닥이며 나라살림, 가계살림 모두 암울하다. 결국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자 견인차인 대기업들이 앞장서 현 난관을 타개해야 한다. 그 열쇠 중 하나가 재벌 2.3세로 불리우는 40대 젊은 경영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들이 대한민국 경제,산업의 내일을 이끌어 갈 주역이다. 정부는 정책으로 이들 젊은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주고, 재벌 총수들도 승계 혹은 경영권 이양 등으로 재계에 '젊은 피'를 수혈할 때 ‘창조경제’가 목표로 하는 우리경제 모습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본다. 대통령 혹은 경제부총리가 재계 대기업 경영인 2,3세들과 만나 우리 경제.산업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갖는다. 그런 뉴스, 사진 한 장이 기업들, 국민들에게 “정부와 기업이 정말 합심해 노력하는구나”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그런 소통이 ‘나라경제 살리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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