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편집국장
[이뉴스투데이] 이른바 ‘사이버 검열’ 문제가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모독” 운운하며 카톡, 밴드, 이메일 등 사이버상의 발언들을 문제 삼자마자 즉각 검찰은 ‘사이버 명예훼손 무관용’을 발표하며 즉각 전담수사팀까지 설치해 인터넷을 상시 모니터링하겠다고 나선게 발단이다.

국민들은 이에 대응해 사이버 검열을 피해 러시아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옮겨가는 일명 ‘사이버 망명’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공개된 공간만 수사대상이라며 사적 공간의 대화는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뒤늦게 밝혔지만,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공개된 공간과 사적 공간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온라인상의 모든 글이 잠재적인 수사와 감시 대상이 된다.

결국 검찰의 입맛대로 국민들의 사이버 공간을 규정하고, 검열할 수 있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공적 인물’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들이 감시와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17조), 통신의 비밀(18조)까지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 행위이다.

더구나 공직자나 국가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의혹 제기 혹은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의혹 제기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판례로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고소,고발 없이도 인터넷 공간에 대해 상시적인 감시와 처벌의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은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서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인터넷에서 허위 사실을 적극 찾아내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겠다는 것은 이미 2010년 위헌 결정으로 사라진 ‘미네르바법’을 편법적으로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검찰의 이번 행태는 법률적 배경뿐 아니라 유엔 인권위원회가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권고했고, 이미 상당수 선진국 역시 명예훼손을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정보와 말이 홍수를 이루는 것이 본성인 공간이다. 그 안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고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어야 하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 정도의 판단 능력은 충분히 있다. 설사 온라인상에서 심각한 명예훼손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수사하면 될 일이다. 제도적으로도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현행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검찰이 전담팀까지 구성해 나서는 것은 국민들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처사이다.

검찰의 온라인 상시 모니터링은 온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수시로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검찰이 현행법과 판례도 무시하며 국민 인권 침해에 앞장서는 것은 검찰 스스로 독립기관으로서의 권위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청와대의 들러리를 자처하는 일이다. 또한 누구보다 헌법을 준수해야 할 법의 집행 기관인 검찰이 대통령 비호를 위해 헌법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행태를 벌이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마저 무너뜨리는 것에 다름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공론의 장’인 인터넷을 검열하고 기본권을 훼손하며 국민을 모독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에겐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공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비판과 풍자, 토로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이유로든 국민의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바로 독재다. 박 대통령은 여론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통제하려 하는 게 옳은 일이고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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