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72 골프장에 코스 데이터 제작을 위한 답사 차 다녀왔다. 혼자 다녀오기 어려워 마침 정기적으로 일본골프 투어를 운영하는 골프동호회 일행들과 동행했다.

우베72는 일본 2,500여개 골프장중 상위 1%에 해당하는 순위 6위급의 훌륭한 골프장이다. 72홀로 18홀 짜리 4개 코스로 각기 독립적인 클럽하우스를 가지고 있다. 최경주 프로가 일본투어 생활하면서 올린 2승 중 한번 우승을 한 골프장이기도 하다.

캐디도 없이 전동카트를 타고 라운드하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하여 수동운전을 하지 못하게 카트전용 키가 없이 리모콘만으로 자동운행 하는 것이 특색이다.

그 중 '이바타이키'  18홀은 필자가 40여 년 동안 골프를 하면서 가장 난이도가 높고 어려웠던 코스 중 하나로 처음 라운드가 부진하고 아쉽기도 해 다시 한번 돌아보았으나 역시 비슷한 어러움을 겪었다.

마니아 골퍼들이라면, 국내든지 해외에서든지 골프장 코스에 들어가면 모두 비슷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라운드를 한다. 때로는 전투적이고, 또 한편 망가지기도 하고, 운 좋게 잘 맞는 날도 있는 등 변화무쌍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한국 골퍼들은 골프에 한이 맺혀있는지 모두들 골프에만 열중하는 분위기이다.  한 타라도 더 잘 쳐보려고 한 푼이라도 더 잃지 않으려고 마치 모두들 악착같이 버둥거리는 것만 같다.

한가로이 골프장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도 보고 정취를 맛보려는 여유로움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각박하게 골프를 하는 것 같다. 무한경쟁 생활에서부터 매사 긴장하고 사는 탓이기도 하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동카를 수동으로 운행할 수 있는 키가 없으니 티샷을 하고 나면 걸어가든지 아니면 느릿느릿 안전속도로만 가는 전동카를 올라타야 하나 급한 마음에 속에는 열불도 일어나지만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나무들의 수종까지 눈 여겨 보는 여유로움마저 생겨난다.

철저하게 홀 아웃을 하는 일본사람들의 한가로운 골프가 무엇인지 차츰 마음에 와 닫는다.

일본사람들의 황금 티업 시간은 대체로 10시경이다. 9홀을 마치고 한 시간가량 점심식사를 하고 후반 9홀을 도는 골프문화이다. 바쁘게 그리고 대충 살아온 우리네들에게는 무척 답답하게 보이지만 신중하고 또 검토하는 전통적인 문화는 장인정신과 명품을 생산하는 저력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가. 대략 일출부터 일몰에 가까울 때까지 점심 한끼 제외하고 그늘집도 안 들르고 오직 골프만 하는 고단한 여정은 매일 파김치가 되어 숙소로 돌아온다. 통상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마치고 목욕탕에서 몸을 푸는 낙이 없다면 끝마무리 꿀맛도 없을 것이다. 워낙 27~36홀씩 강행군을 하다 보니 목욕을 해도 피로가 그리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베는 온천의 천국 일본에서도 전국 1~2위를 다투는 유명한 게르마늄 온천지대이다. 한국사람들에게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지만 일본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최고의 온천으로 정평이 나있는 도시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와 온천탕에서 20~30분간만 온천욕을 하고 나면 정말 씻은 듯 피로가 가시고 몸이 솜사탕처럼 날아갈 것만 같은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이 얼마나 저절로 힐링이 되는 상쾌감인가.

더군다나 정갈하기로 유명한 일본정식으로 저녁 만찬식사와 반주로 따끈한 사케 한잔까지 한다면 세상의 모든 시름을 다 잊을 수 있는 힐링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같은 경우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의 고된 라운드로 온몸이 뻐근해 어깨회전은 반만 돌아갈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최소한 전신 스트레칭을  30분 정도는 족히 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선 새벽에 일어나 온천탕에 들어가 5분만 몸을 담으면 몸은 해파리처럼 순식간에 매우 부드러운 몸 상태로 변화가 일어난다. 오늘은 몸통회전도 좋아 공이 잘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4박5일 동안 매일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과이지만 저절로 힐링하는 것만 같은 포만감이 들었다. 아~ 다시 한번 가고 싶다 중독된 힐링골프 하러….

일본의 골프장을 홍보하려는 의도는 아니니 오해가 없으시길 바라며 아직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힐링 골프를 하기는 요원한 일처럼 보인다.

그래도 더 이상 스코어에 목을 매는 전투형 골프, 동반자를 이겨보겠다는 복수심에 불타는 경쟁형 골프, 생계에 그리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악착같이 돈을 따보려는 내기골프, 힘 자랑으로 장타나 날려보려는 과시형 골프 등등 더 이상 척박하고, 각박한 골프는 이제 그만 내려 놓는게 어떨까. 제발.

올해는 삶의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힐링골프로 패턴을 바꾸어 보기를 기원한다. 

 
글= 최영수 야디지코리아 회장
    - KPGA 프로
    - KPGA 중앙경기위원 역임
    - 국내 200여개 골프장 야디지북 저자
    - 보이스야디지 앱 개발 출시
 

정리= 이뉴스투데이 엄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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