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봉연·김정우 기자 / 사진 한주용 기자] "임기 중에 달성할 사업성과를 내세우기보다는 국가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진적 연구문화의 초석이 될 연구지원체계와 평가체계를 정착시키도록 노력하겠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올해 정부 R&D 예산 18조9000억원 가운데 22%에 해당하는 약 4조2000억원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진 대학 등의 연구자와 석·박사과정생에게 지원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 한국연구재단.

한국연구재단은 학술연구와 인력양성 지원기능을 유기적으로 통합, 국가 연구지원체계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2009년 6월 한국연구재단법에 의해 한국과학재단(1977년), 한국학술진흥재단(1981년),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2004년)이 통합되면서 출범해 선진적 연구지원체계와 평가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5년여를 달려왔다.

우리나라 과학기술부터 인문사회, 문화 융·복합에 이르기까지 전 학문분야에 대한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을 지원하는 연구지원전문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의 정민근 이사장을 만나 우리나라 연구계의 과제와 정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정부 R&D 예산의 22%를 쓰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연구재단을 맡은지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임기 중 눈에 보이는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방향으로 가겠다고 강조해왔다. 한국연구재단의 성과라는 것은 한국과학재단 등이 1977년 이후 40년 가까이 지원해온 연구 속에 녹아있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임기 동안의 사업성과를 내세우기보다는 국가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선도적 연구지원 체계를 만들고 전문성이 강화된 평가 문화를 정착시켜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선진적인 평가 체계는 제대로 된 융합연구에 필수적인데 현재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융합연구 지원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내년에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3년차에 접어들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어떤 성과가 있으며 어떤 부분이 남겨진 과제라고 보는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키워드는 상당히 잘 잡았다고 본다. 다만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성장 플랫폼 기틀을 잡은 것인 만큼 조급하게 접근하기 보다는 창조경제는 무엇인가, 왜 지금 시대에 창조경제인가 하는 기본적인 부분부터 되짚어 볼 필요성이 있다.

이전까지는 남의 것을 베낀 기술로 충분했으나 지금부터는 미래 시대와 기술에 대한 아젠다가 다 나와 있어 선진국부터 후발국까지 모두 같은 목표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2차 전지, IoT, 3D 프린팅 등에 모두가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면 창조적인 것이 주가 돼야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기초연구 모두 우리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연구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고유 기술을 만들기 위해 기초기술에 힘을 실어야 하며 기초를 다진 후에 다음단계의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 한국연구재단과 현 정부 모두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적 성과를 갈구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 속에서 중심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연구재단이 특별히 집중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한국연구재단은 길게 보는 창조경제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 동안의 연구가 추격형, 모방형 연구였다면 이제부터는 독창적, 도전적, 창의적인 스스로 주도하는 연구가 돼야 한다.

이런 도전형, 창조형 기초연구로 가기 위한 연구환경 조성을 해주는 것이 우리의 큰 역할이며 이를 위해 소규모 탐색 연구 프로그램이나 연구하고 실패해도 용인해주는 성실실패제도를 운영한다. 일례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MOU를 맺으면서 그들이 앞서간다고 느낀 부분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20%만 성공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선진형 연구지원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창의적, 도전적 연구를 용인하는 것이 선진형 연구지원으로 평가시스템 전문성이 강화된 체제로 바꾸고자 한다. SCI 국제 저널 심사위원의 경우 영예로운 직책이라는 인식이 강해 열심히 하는데 반해 연구재단 평가위원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낮아 평가위원이 되는 것 자체가 영예스럽도록 바꾸고 싶다.

평가를 책임감 있고 전문성 있게 하는 평가문화를 정착해 가야 하는데 1차적으로 평가위원 중에 창의과제나 집단연구(ERC·SRC)를 수행하고 있는 분들을 우선적으로 모시고, 다음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정년퇴직했거나 앞으로 정년을 앞둔 연구자 중 실적이 좋은 분들을 모시고 또한 호암상, 청암상, 과학상 등을 수상한 사람들 위주로 평가자들을 꾸려가고자 한다.

이렇게 각 분야별 명망 있는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대형과제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동시에 토론평가 문화를 정착하고자 한다. 이때 상피도 완화해 이해관계 있는 과제의 평가에서만 빠지도록 하고자 한다.

 
-대학, 출연연, 기업들 간의 과당경쟁으로 협력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업과는 큰 문제가 없는데 지원사업 별로 연구소와 교수들 간의 경쟁관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경쟁관계에서 상생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 같은 문제는 과거 출연연이 ‘PBS(Project Base System)’로 자기 인건비를 벌어 와야 했던 점에 이유가 있지만 요즘에는 많이 나아져 대학, 출연연 간의 갈등은 많이 완화된 상황이다.

최근 구상하고 있는 방향은 기초연구는 하고 싶은 연구내용을 제안해서 우수하면 지원하고 국책연구는 에너지, 나노 등 해당 기술에서 우리의 기술 수준도 상당하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 지도를 마련해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연구기관별로 어느 연구자가 어느 수준에 와있는지 파악하고 어디와 연구해야 시너지가 날 것인지 기획해서 가야하기 때문이다.

-4조2000억원은 상당한 예산인데 효율적으로 잘 분배되고 있는지.

그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초연구를 예로 들면 현재 개인연구, 공동연구, 집단연구가 있는데 개인연구 예산이 3000~4000억원이라고 보면 통으로 개인연구 예산으로 재단에 주면 우리가 개인연구 중 신진, 중견, 창의 중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하고 분야별로 알아서 배분하도록 하는 블록펀딩 개념으로 가고자 한다.

지금은 각 항목마다 정부 예산이 다 정해져 있어, 모자라거나 남아도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선정률이 들쑥날쑥 한데 블록펀딩을 도입해 개인연구 단위에서 유연하게 지원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미래부와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완전한 블록펀딩은 안되더라도 내년에는 소정의 성과를 보고자 한다.

현재 맹점이 있다면 기초연구 예산 배분이 학문단별로 나눠질 때 신청된 숫자의 과거 5년간 히스토리에 따른 부분이 결정의 90% 비중을 차지하고, 정책적인 부분이 10%를 차지하는데 올해부터 이를 20%로 확대해 융통성을 갖고 불합리한 면이 있을 때 보완할 수 있는 여지를 늘려가려 한다.

-현재 이공계 연구환경과 미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00년 이후 15년간 교육부에서 BK21이란 사업을 지원하며 SCI 논문도 많아지고 대학 교수들이 연구에 전념하게 돼 얻은 성과가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200개가 넘는 대학과 7만명의 연구자, 교수 모두가 학문 수월성을 추구하는 연구를 해아하는가가 의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많이 잡아서 20%만 수월성 연구를 하면 된다고 본다.

또한 대학평가가 시작된 이후 서열 경쟁 때문에 대학 교수마다 논문 채찍질을 당하는 상황이 된 것은 개선돼야 한다. 200개 대학이 전부 연구 중심 대학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중하위권 대학이라면 특성화 정책으로 일부 경쟁력 있는 학과만 키워야 한다. 이렇게 연구대학은 중점 연구를 하고 나머지는 실무 교육 중심으로 간다면 R&D 지원비도 남을 것이다. 실무형 교육하는 대학에는 연구비 보다는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 인력양성 예산지원 연구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신진교수가 처음교수가 되면 1~3년은 무조건 연구비 지원이 돼야 한다. 자신의 영역을 찾아가도록 3년 정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계속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 연속성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이처럼 지속성 있는 연구지원이 돼야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도 나올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우리나라 학문이 이공계 기피현상, 의대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보는가.

의대에 진학할 수준의 학생들이 연구를 해야 하는데 안타까운 실정이다. 의학지원은 기초중심으로 지원해서 임상을 하던 이들을 기초의학연구로 돌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MD-PhD 전환을 전폭 지원하는 의과학자양성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 앞으로 10년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 우물 파기가 중요하다. 10년보다 더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는데 매년 노벨상 때마다 얘기가 나오는데 노벨상 타도록 지원을 할 필요는 있지만 조급하지는 말아야 한다. 노벨상에 대한 지원 필요는 있지만 수상하는 것이 연구지원의 목적은 아니다.

-임기 중에 이것만은 반드시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어떤 사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 보다 부임했을 때 이전 3대 이사장의 재임 기간을 보니 평균 1년도 채우지 못해 어느 이사장도 3개 기관이 합쳐진 것을 제대로 섞여서 가도록 만들어낼 만한 시간이 없었다고 본다. 공부하다 나간 격인데 내가 이를 이뤄내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가능한 한 3년 임기를 다하고 임기 중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sustainable) 연구지원 시스템을 확립하고자 한다.

■ 정민근 이사장 프로필

생년월일 : 1951년 6월 1일
1967. 3 - 1970. 2 : 경기고등학교
1970. 3 - 1974. 2 : 서울대학교, 산업공학(학사)
1976. 5 - 1978. 4 : 미시간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석사)
1978. 5 – 1980. 4 : 미시간대학교 교통연구소(UMTRI) 연구원
1978. 9 - 1984. 8 : 미시간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박사)
1984. 9 - 1987. 6 : 미국 일리노이 대학 산업공학과 조교수
1987. 7 - 2014. 2 :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2007. 1 - 2008. : 대한산업공학회 회장
2014. 3 - 현재 :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명예교수
2014. 1 - 현재 :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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