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배우자는 보통 사람보다 치매가 나타날 확률이 평균 6배 높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미국에서 발표한 이 조사에 따르면 특히 치매를 앓는 부인을 둔 남성이 반대의 경우인 여성에 비해 치매가 걸릴 위험이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공통된 생활 습관이나 환경적 요인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낯선 사람이 돼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스트레스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0년 현재 대한민국 치매 환자는 노인 인구의 8.8%에 해당하는 47만 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빠른 고령화 속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경우 2030년에는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치매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닌 어느 가정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우리’의 일인 셈이다.
 
일산 무지개요양병원의 박태규 원장은 “대부분의 질병이 환자 자신의 고통이 가장 큰 반면, 치매는 환자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고통이 따르는 질병”이라고 말한다.
 
치매 초기에는 기억력 감퇴나 언어 소통의 어려움 등의 증상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 생활을 수행하기 어렵고 감정 변화가 커 지면서 파괴적이고 난폭한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태규 원장은 “이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배우자에게 감정적 스트레스로 인한 치매가 나타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며, “따라서 치매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 적절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에 활력이 되는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기억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치매의 초기 증상이 나타났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성 치매의 경우 가족이 치매를 발견하고 병원을 찾기까지 시간이 지체가 되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치매 환자 중 10~20%는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한 치매 환자이다.
 
따라서 기억장애와 언어장애가 발생하며, 특히 같은 말을 반복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봐야 한다. 정부는 현재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보건소에서 치매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시행 중이므로 이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치매가 중기로 접어들었다면 이후부터는 지속적인 치료와 주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흔히 치매를 불치병으로 여겨 가정에서 별다른 치료 없이 돌보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가족과 환자 모두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일이다. 병원을 꾸준히 내원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맞벌이 부부나 환자를 돌볼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노인 요양병원이나 노인 요양원을 찾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노인 요양병원의 경우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4시간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가족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특히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욕창이 생기기 쉬운 환자는 밤에도 수 차례 기저귀를 갈아주고 자세를 바꿔주는 등 철저하게 환자를 관리하게 된다.
 
노인요양보험제도를 이용할 경우 비용 부담도 크게 덜 수 있다. 노인요양보험 제도는 혼자서는 일상 생활이 어려운 3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주어지는데, 요양사가 집으로 방문하기도 하지만 노인 요양병원이나 노인 요양원에 입소해 장기간 서비스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무지개요양원의 박태규 원장은 “환자와 가족이 모두 조금이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 생활을 하는 것이 증상 악화를 막는데 가장 중요하다”며 “가정 혹은 요양병원, 요양원과 같은 전문 기관 어디에서든 안락한 환경을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 무지개요양병원 박태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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