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산 상원사는 조선 세조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를 간직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종은 기자] 연말, 가는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계획하기 위해서 겨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시화 된 물질문명을 비판하고 비워내기를 실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은 대규모 관광도시보다 고요를 느끼며 차분히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곳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산사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사찰은 홀로 여행을 떠나 생각을 비워내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길 수 있을뿐더러 명산의 정기를 마시며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 높은 사찰 중 하나는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에 위치한 상원사(上院寺)다. 신라 성덕왕 시대인 705년 보천과 효명, 두 왕자에 의해 창건돼 천년도 훌쩍 뛰어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숭유억불 정책을 펼치던 태종이 만년에 자신의 원찰로 삼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상원사에는 올해 90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관상>으로 다시금 관심을 얻고 있는 세조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왕위에 오른 세조는 상원사로 올라가는 길에 맑은 계곡에 몸을 씻게 되는데, 근처 동자승에게 몸을 씻어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괴질에 걸린 세조는 동자승에게 임금의 몸을 씻어주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동자승은 임금께서도 문수보살을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 후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 후 세조의 몸에서 종기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세조는 기억을 더듬어 문수보살의 모습을 그리게 했고, 그 그림을 나무를 조각해 상원사 법당 천량선원에 모셨다. 이것이 바로 국보 제221호 목조문수동자좌상이다.
 
상원사가 내세우는 보물은 목조문수동자좌상 외에도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銅鐘)이다. 불교가 융성했던 통일신라시대 범종 3구 중 하나다. 조각 수법이 뛰어나며 종 몸체의 아래와 위의 끝부분이 안으로 좁혀지는 고풍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상원사를 방문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동종에게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한다.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여행객들이 이 사찰을 선택해 방문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적멸보궁을 가까이서 보며 감화를 받으며 다시 한 번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하얀 눈이 서린 오대산의 절경과 어우러지는 그림 같은 산사에서 생각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면 연말이 오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 좋다. 템플스테이와 단기출가학교도 운영하니 다소 긴 호흡으로 머물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유 없이 달려가고 있는 인생에서 ‘쉼 그리고 바라보기, 상원사’가 지친 심심을 달래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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